오름과 숲길

[제주 오름] 제주 가을의 큰노꼬메오름

긍정오름이 2022. 10. 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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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오름이는 제주의 자연을 느끼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 주말마다 오름이나 숲길을 다니고 있지만 계절마다 보이는 풍광이나 느낌은 달라진다. 그래서 오늘은 가을, 10월 중순에 올랐던 큰노꼬메오름에 대해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산138번지 일대
https://naver.me/GIqtK70C
현황: 표고 833m, 비고 234m, 둘레 4,390m, 정상까지 거리 2.32km
등반 난이도와 소요 시간: 평소 운동(등산)하면서 체력이 좋은 성인에겐 난이도가 '중상' 정도이지만 등산 초보인 경우나 체력이 약한 성인에겐 난이도가 '상'에 가깝다. 정상까지 소요 시간은 평균 40분 정도, 왕복 1시간 30분(정상에서 쉬는 시간 포함)이지만 초보 등산객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주의사항: 돌계단과 경사가 높은 구간이 있으니 미끄러운 신발은 피해야 한다. 간혹 구두를 신은 사람들이 보이기도 하는데 갔다 와서 고생하거나 미끄러지고 다쳐서 병원 신세를 지지 않으려면 최소한 운동화라도 신고 오르길 바란다.

노꼬메오름 근처에는 족은('작은'의 제주도 사투리)노꼬메오름과 궷물 오름이 있고 둘레길로 이어져 있고 주차장도 따로 있어서 간혹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제주시 동쪽에서 출발한다면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더 서쪽으로 가야만 큰노꼬메오름 주차장 입구가 보인다. 입구에는 돌로 된 표지석이 있지만 나뭇잎 등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 사진을 참고하길 바란다.

입구 돌 표지석과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


주차장에 들어서면 목장의 말들도 보이고 간혹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주차장은 꽤 넓은 편이지만 요즘 관광객들에게도 꽤 알려진 오름이라 주말에는 꽉 차는 주차장이다.

< 평일 오후의 주차장 >

오름 입구에는 오름에 대한 안내표지판, 해충 퇴치기? 등이 있으며 목장에 방복하는 말 등의 가축 등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지그재그로 설계된 입구가 있다. 그 입구로 들어가면 화장실이 있는데 오름 등반하는 동안 다른 화장실은 없다는 것을 주의하고 미리 볼 일을 보고 가면 좋을 듯.

주차장에 설치된 안내표지판


입구에 들어서서 화장실을 지나면 시멘트 목장길이 500m정도 이어져 있고 그 길을 지나면 또 다시 입구가 나온다.
그 입구에 들어서면 두갈래의 길이 나오는데 왼쪽 길은 족은노꼬메오름을 가거나 상잣성길의 둘레길로 향할수도 있다. 물론 그 길로 돌아서 큰노꼬메오름의 다른 길로도 오를 수 있는데 그 길은 다른 포스트로 안내할 예정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두갈래의 길 중에서 오른쪽 길로 향하면 큰노꼬메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주차장 입구 화장실에서 큰노꼬메오름으로 향하는 시멘트 목장길. 사진에 보이는 뾰족하고 높은 오름이 큰노꼬메오름 정상이다.
두갈래의 길 이정표. 오른쪽 길로 향하면 된다.


이제 올라가다보면 중간 중간, 현위치와 주차장에서 올라온 거리, 정상까지 남은 거리, 경사와 난이도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온다.
입구에서부터 1km정도는 평탄하고(약간의 오르막이 있지만) 야자수매트가 깔려있는 비교적 쉬운 길이다.

오름 초입부터 1km정도는 야자수매트가 깔려있는 비교적 평탄한 길

여기서부터 300~400m정도는 경사가 좀 있고 돌계단이 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거리 정도 올라가면 첫번째 쉼터인 평상이 나오니 등산 초보자들이나 힘드신 분들은 참고하여 좀 쉬고 올라가도 좋겠다. 안내 표지판에 A구간부터 D구간까지 표시돼 있는데 제1쉼터까지가 B구간이며, C구간이 이 오름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라고 보면 된다.

첫번째 쉼터


제1쉼터에서 숨을 좀 돌리고 나면 약 300m의 거리 제2쉼터까지는 제법 힘든 C구간인데 돌계단이 계속 이어지고 경사도 좀 높다. 등산 초보자들에겐 정말 숨이 헐떡이는 구간이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숨고르기 하면서 눈 앞에 놓여있는 계단 하나씩 올라가다보면 제2쉼터가 나오는데 거기까지 가면 거의 다 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내가 오름 등반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느낌 때문이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쉬엄쉬엄 가더라도 내 앞에 놓여있는 계단 하나씩 차근차근 올라가다보면 언젠가는 목표 지점에 도착한다는 것! 인생에서 가장 큰 교훈을 얻게 된다. 아이들 어렸을 때도 그런 목적을 가지고 또는 성취감을 느껴보도록 오름을 자주 데리고 다녔던 것 같다. 그 뿐만 아니라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이나 교육적 경험을 듣고 싶어하는 학부모님들에게도 오름 등반을 자주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2쉼터까지 가는 돌계단길
제2쉼터

제2쉼터에서 마지막 숨을 고르고나면 이제 정말 정상이 얼마 안 남았다!
마지막 돌계단과 오르막 길 약100m을 더 올라가면 시야가 확 트이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미세먼지 없고 화창한 날에는 한라산 백록담까지 보여 이 구간에 들어서면 저절로 감탄사를 내뱉게 되는 이들이 많다.

제2쉼터에서 이어지는 마지막 오르막길
마지막 오르막길 통과하면 시야가 탁 트이는 풍광. 한라산 백록담까지 보임

이제 남은 구간은 야자수 매트가 깔려있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10월 중순 이후 가을에는 억새 풍경이 이 오름의 아름다움을 더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늦은 오후에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제주시 서쪽에 있는 오름이라 해질녘 저물어가는 햇빛을 받으면 억새들이 은빛으로 반짝이며 출렁이는 장면을 볼 수 있기도 하고 붉게 물들어가는 오름의 노을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까지 가는 길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볼 수 있는데 그 이정표 아래로는 '족은노꼬메오름'으로 가는 계단이 있는데 이 오름의 초입에서 설명했던 '상잣성길'이나 '족은노꼬메오름'에서 이 큰노꼬메오름으로 올라올 수도 있는 계단이다.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오르막길, 족은노꼬메오름으로 가는 계단&nbsp;

이제 정상까지 가는 길은 가을 오름의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억새길이다. 그 길에서 사진을 찍으며 가다보면 나무테크로 만들어진 정상이 나오는데 다들 저절로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미세먼지 없고 화창한 날이면 제주의 동서남북을 다 볼 수 있는데 산방산부터 먼 바다의 섬들과 제주시내와 한라산까지, 또는 주변의 모든 오름들이 마치 하나로 연결된 산맥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상에는 주변 오름들을 안내하는 표지판도 있으니 보면서 다음 목표 오름을 정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상표지석과 주변 오름 안내 표지판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에서 동서남북의 풍광을 바라보며 숨을 돌린 뒤 각자 준비해간 간식들을 먹게 되는데 나는 늘 이곳에서 믹스커피를 마신다. 등산하며 빼앗긴 에너지와 당을 채우기 위해 평소 마시지도 않는 믹스커피는 정말 산에서는 최고인 것 같다.
이제 정상에 도착했으니 눈에만 담아두기 아까운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고 조심히 잘 내려오길 바란다.
산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 수도 있으니....

하산하며 보이는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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